내 업무는 자동화가 가능할까. 이 질문을 받으면 보통 일을 통째로 떠올린다. “보고서 작성”, “정산”, “회의 관리”. 그러고는 결론을 내린다. 내 일은 사람이 판단할 게 많아서 자동화는 무리라고. 그런데 업무 자동화가 막히는 진짜 이유는 거기에 있다. 단위를 잘못 잡았다.
일은 통으로 자동화되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안을 열어 보면, 기계가 잘하는 구간과 사람이 끝까지 판단해야 하는 구간이 섞여 있다. 그러니 물어야 할 건 “이 일이 자동화되나”가 아니라 “이 일의 어느 구간이 기계적인가”다. 질문을 바꾸면, 자동화 못 할 것 같던 일에서도 덜어낼 지점이 보인다.
일을 ‘구간’으로 쪼개 보면
보고서 하나를 예로 들어 본다. 매주 각 팀 현황을 받아 정리한다고 치자. 이 일은 사실 한 덩어리가 아니다. ①자료를 모으고 ②양식을 맞추고 ③누락을 확인하고 ④표로 옮기고 ⑤숫자를 해석하고 ⑥어떻게 보고할지 정한다. 여섯 구간이다.
이 중 ①~④는 거의 기계적이다. 누가 어떤 양식으로 보냈든, 모아서 한 표로 정리하고 빠진 걸 표시하는 일에는 판단이 거의 안 들어간다. 반면 ⑤와 ⑥은 다르다. 매출이 줄어든 게 문제인지 계절 요인인지, 이걸 어떤 톤으로 보고할지는 사람이 봐야 한다. “보고서는 자동화 못 해”가 아니라 “보고서의 앞 ①~④구간은 자동화되고 뒤 ⑤~⑥구간은 내가 본다”가 맞는 진단이다.
노션을 업무공유 툴로 사용 하는데 구글 캘린더가 업무의 표준이라면, 노션의 업무일정을 일일이 구글 캘린더로 옮겨 줘야 한다. 그럴 때 Make나 Zapier로 노션의 일정 DB를 구글 캘린더에 연동해 두면, 앞서 말한 기계적인 구간이 통째로 생략된다. (이 연동은 노션 일정을 구글 캘린더로 자동 연동한 기록에 따로 정리해 뒀다.)
기계가 잘하는 구간
쪼개 놓고 보면, 기계에 잘 맞는 구간엔 공통점이 있다. 입력과 출력이 정해져 있고, 기준이 분명하다.
모으기와 옮기기가 대표적이다. 흩어진 자료를 한곳에 모으고, 양식을 통일하고, 빠진 항목을 찾아 알림을 보내는 일. 분류도 그렇다. 결재 금액이 얼마 미만이면 누구에게, 이상이면 누구에게 — 조건이 또렷하면 흐름을 자동으로 태우면 된다. 휴가 신청, 비품 구매, 출장비 정산처럼 접수와 분류 기준이 분명한 업무가 여기 들어간다. 회의 뒤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를 정리해 담당자별로 묶고 기한이 오면 알림을 보내는 것도, 따지고 보면 옮기기와 알림의 조합이다.
핵심은 이 구간들이 따로 떨어진 ‘일’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무업무 안에 공통으로 박혀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한 번 자동화 패턴을 익히면 다른 일에도 그대로 옮겨진다.
사람이 끝까지 판단해야 하는 구간
반대쪽엔 넘기면 안 되는 구간이 있다. 셋으로 추린다.
해석 – 도구는 숫자를 모으고 전월 대비 증감을 계산할 수 있지만, 그 숫자가 무슨 뜻인지는 사람이 읽는다. 매출이 줄어도 큰 거래가 다음 달로 넘어간 것일 수 있고, 일부러 수익성 낮은 물량을 줄인 것일 수도 있다.
예외 – 사무업무는 겉보기엔 단순 반복 같아도 안엔 예외가 많다. 휴가만 해도 연차·반차·대체·경조가 다르고, 정산도 법인·개인카드, 선결제·후정산, 증빙 누락이 얽힌다. 예외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태우면 잘못 분류된 걸 되돌리느라 일이 되레 늘어난다.
분위기 – 단순 공지는 자동으로 보내도 된다. 하지만 지연에 양해를 구하거나 예민한 이슈를 조율하는 메시지는, 같은 문장도 상대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는 온도가 달라진다. 일은 맞게 처리했는데 관계가 불편해지는 경우를 한 번쯤 겪고 나면 안다. 이 구간은 사람이 먼저다.
그래서, 구간마다 한 가지만 묻는다
자동화 여부는 일 단위로 답이 안 나온다. 구간 단위로 세 가지를 묻는다.
- 이 구간이 반복되는가.
- 처리 기준이 분명한가.
- 틀렸을 때의 위험이 크지 않은가.
셋 다 ‘예’면 기계에 넘긴다. 하나라도 ‘아니오’면 사람이 작업하거나, 도구를 보조로만 쓴다. 거창한 시스템부터 만들 필요는 없다. 예외가 적고 기준이 또렷한 구간 하나부터 떼어 자동화하고, 거기서 넓혀 가면 된다.
분명 떼어 놓기 애매한 상황이 있다. 그럴 때면 그 애매한 부분의 일부라도 시스템화 시켜보면 어떨까 한다. 영수증 분류 후 엑셀에 기입, 이메일을 엑셀로 정리, 보고서 초안 작성, 회의 녹음본 전사 후 요약정리 등 이미 많은 가이드 영상들과 글이 있다. 이런 자료들을 보면서 작은 부분에 적용되는 1분짜리 작업이라도 적용을 하다보면 세이브되는 시간은 점점 늘어갈 것이다.
한 줄 요약
좋은 자동화는 일을 없애지 않는다. 일 안에서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구간만 덜어내고, 사람은 해석과 조율에 시간을 쓰게 한다. 그러니 “내 일이 자동화 가능한가”를 묻기 전에, 오늘 한 일을 구간으로 한번 쪼개 보면 된다. 모으기·옮기기·확인이 반복되는 자리가 보인다면, 거기가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