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다운은 새 기술이 아니다. 2004년 John Gruber가 만든, 20년 넘은 문법이다.
그런데 왜 지금, 마치 유행인 듯 다시 보일까. 아마 AI들이 답을 내놓을 때 이 형식으로 내놓기 때문이다. 갑자기 #과 **가 튀어나오는 답에 갸우뚱하면서도,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사람의 말버릇처럼 AI 특유의 어투인가 보다 하고.
쓰다 보니 깨달았다. AI에게 내 의도를 정확히 전하려면, 나도 AI가 잘 알아듣는 말투를 써야 한다는 걸. 개발자들이 실용을 위해 만든 문법이, 어느새 ‘사람과 AI가 같이 쓰는 공용어’가 되어가고 있었다.
기호는 외울 게 아니다
마크다운을 처음 검색하면 기호표가 우르르 나온다. 제목은 #, 굵게는 **, 목록은 -. 나도 그렇게 시작했다. 그리고 알았다. 기호를 외우려 들면 머리가 아프고, “내가 지금 뭘 하려는가”로 묶으면 손에 붙는다는 걸.
마크다운의 진짜 장점은 실용성이다. 서식보다 내용에 집중하려고, 마우스 사용을 최소화하는 문법을 골라 쓴 것. 그러니 외우는 게 아니라, 쓰다 보면 는다.
실제로 쓰는 건 다섯 개쯤
문법은 열 몇 개지만, 일반인인 내가 매일 치는 기호는 몇 개 안 된다. 손에 붙는 것만 쥐고, 나머지는 필요할 때 표를 보면 된다.
| 하려는 일 | 기호 | 예시 |
|---|---|---|
| 제목 | # | # 제목 |
| 굵게 | ** | **굵게** |
| 기울임 | * | *기울임* |
| 목록 | - | - 항목 |
| 번호 목록 | 1. | 1. 항목 |
| 체크리스트 | - [ ] | - [ ] 할 일 |
| 링크 | [ ]( ) | [글자](주소) |
| 인용 | > | > 인용 |
직접 부딪힌 것
배운 걸 막상 써보면 꼭 막히는 데가 있다. 책엔 잘 안 나오는, 부딪혀서 안 것들.
첫째, 여백. #에 제목을 바짝 붙이면(#제목) 제목이 아니라 태그로 인식된다. # 뒤에 한 칸. 문단 사이도 빈 줄이 있어야 나뉜다. 마크다운은 이 여백으로 의미를 읽는다.
둘째, 어디서나 똑같이 보이진 않는다. 표·체크리스트·취소선 같은 ‘확장’ 문법은 지원하는 곳에서만 보인다.
셋째 — 이게 제일 허무했다. 블로그 글쓰기 창에 마크다운을 그대로 치면 별표는 그냥 별표로 남는다. 노션에서 초안을 쓰고 블로그에 복사+붙여넣기 하면 마크다운 표시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발행 단계는 따로 손이 간다.)
그래서 어디서 값을 하나
“마크다운 어디서 써요?”는 틀린 질문이었다. “어디에서 쓰면 좋아요?”가 맞다.
직장 다닐 땐 문서 툴이 정해져 있었다. HWP 아니면 MS Word. 문서 하나에 업무 하나. 열고, 쓰고, PDF로 변환해 전달. 그땐 마크다운이 낄 자리가 없었다.
그런데 개인 작업은 여러 문서를 참조하며 동시에 쓴다. 이 지점에서 마크다운을 모국어로 쓰는 도구들이 값을 한다.
- Notion : 줄 앞에
#·-를 치면 곧장 알아서 바뀐다. 단축키처럼 보일 지 모르지만 마크다운 문법이 쓰인다. - Obsidian : 아예 마크다운이 모국어.
- AI 대화창 : 마크다운으로 정돈해 물으면 더 잘 알아듣고, 답도 그 모양으로 온다.
##로 문단을 나누고1. 2. 3.으로 순서를 정해 물으면 놓치는 답이 없다.
공통 장점 하나 — 마우스를 거의 안 쓰게 된다. 키보드와 방향키만으로 시각화된 문서가 써진다. (블로그 수정은 여전히 마우스로 범위 잡아 서식을 바꿔야 해서, 이제는 그게 번거롭게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뜻밖의 이득 — AI에게 마크다운으로 물으면, 질문하는 나조차 질문이 명확해진다. 이번 질문과 다음 질문의 차례가 생긴다.
한 줄 요약
마크다운은 코드가 아니다. 나와 내 도구들이 같이 알아듣는 메모의 문법이다. 그러니 기호를 외우지 말고, “지금 뭘 하려는가”만 기억하자. 나머지는 필요할 때 다시 찾으면 된다.
